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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에리히 프롬, 사랑의 다양한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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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할 때 보통 인간과의 관계를 많이 얘기하기도 하지만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사랑의 대상이 존재합니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 자연 이런 것들입니다. 사람과 사랑할 때 한 사람만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약속하는데 말의 좁은 의미로서는 그것이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실제로 사랑을 약속한 대상 외의 것에 무관심한 사람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며, 크게 보면 이기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사랑을 찾는 사람들은 ‘운명적인 사람을 못 만나서 그래!’라며 진정한 사랑의 대상을 찾으려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는데, 에리히 프롬은 그런 방식에 대해 ‘건강하고 싶다면서 패스트푸드를 먹고, 똑똑하고 싶다면서 책은 죽어도 읽지 않고, 사랑한다면서 꽃 한번 선물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만약 누구를 사랑한다고 한다면 그 사람으로 인해 나, 당신, 우리 주위의 사람들, 세계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인간을 향한 사랑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사랑을 한다고 했을 때 그 대상은 여러 가지입니다. 그 중 에리히 프롬이 ‘형제애’라고 언급했던 것을 알아보겠습니다. 형제애는 모든 인간에 대한 사랑이며, 동등한 인간 사이의 사랑입니다. 사랑이라고 했지만 도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동등한 사이가 존재할까요? 누군가는 힘을 쥐고 누군가는 힘이 없습니다. 그러나 힘이 강한 상태와 힘이 없는 상태는 영원하지 않지만, 인간이라는 존재가 스스로 걷는 것은 영원하며 보편적인 상태입니다. 힘 없는 무력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으로 인류애, 형제애가 발달 됩니다.

어머니의 사랑

**에리히 프롬은 어머니라는 여성인 사람을 말했지만 지금 기준으로 보면 어머니 뿐 아니라 아버지도 ‘어머니’의 역할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에리히 프롬의 저서대로 ‘어머니 또는 모성애’라는 표현을 그대로 차용하겠습니다.

 

‘모성애’는 어린이에게 삶에 대한 사랑을 천천히 알려줍니다. 대다수의 어머니는 자식의 육체를 키우는데 까지는 성공하지만 행복, 기쁨, 사랑 등을 길러내는 어머니는 소수입니다. 

자식의 신체와 정신 모두를 만족하는 ‘좋은 어머니’가 되려면 어머니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에리히 프롬은 말합니다. 아이들은 어머니의 감정 상태에 깊은 영향을 받습니다. 행복과 불안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염됩니다. 아이들을 관찰해보면 철저하게 어머니에게 영향 받은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어린아이들은 성장합니다. 신체는 물론이고 정신도 그러합니다. 아이들을 통해 자신의 지배적, 소유적 욕망을 채우려는 어머니를 종종 목격합니다. 그런 어머니에게서는 아이가 분리된 인간으로서 독립되지 못하며, 성장할 수 없습니다. 무기력한 존재를 돌봄으로써 자신이 희생적이고 헌신적며 진정한 사랑의 화신이자 어머니로 아이에게 각인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바람도 어린아이가 약한 존재일 때까지뿐입니다. 

진정한 사랑의 어머니가 되는 조건은 무엇일까요? 받기보다 베푸는 데서 더 많은 기쁨을 느끼는 자, 자신의 존재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자만이 어린아이가 성장하며 독립하고 분리되는 과정에서도 사랑하는 참 어머니가 될 수 있습니다.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이 조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참 사랑이라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를 위해서는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것이 세상 모든 사람을 찾아봐도 많이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점을 극복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어머니는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랑할 수 있는 어머니를 가려내는 기준점은 ‘아이와의 분리를 인정할 수 있는가?, 분리 후에도 계속 사랑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나'를 향한 사랑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서야 ‘자기애’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자기애는 이기적인 것이 아닙니다. 성경에 유명한 말을 인용하겠습니다. ‘네 몸을 네 이웃과 같이 사랑하라’. 이처럼 ‘나’를 특징 하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타인의 모든 모습을 사랑하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과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누군가가 다른 이들만을 사랑한다면, 그 사람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에리히 프롬은 ‘이기심은 자기애와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며,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미워한다.’라고 말합니다.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을 스스로 옥죄고 공허하게 만들 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관찰한다면 자기 자신만을 돌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 자신을 사랑하는 데 실패하고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애쓰고 있을 뿐입니다. 이기적인 사람은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고, 그 자신도 사랑할 수 없습니다.

자기애와 이기심과 다른 비이기적인 사람들도 있습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이기적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외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매우 이타적인 듯 비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희생하고 있음에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희생에 비해 돌아오는 인간관계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해 당황스러움을 느낍니다. 비이기적이라는 표면 아래에는 이들의 강한 자기 기준이 있습니다.

 

글을 정리하면서 나를 쓰다듬고 안아주며 ‘사랑해’라고 말해봤습니다. 마음이 뭉클하며 작게라도 ‘나’를 사랑한다는 것의 한 부분을 느꼈습니다. 

 

끝으로 독일의 철학자 에크하르트가 자기애에 관해 말했던 것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만일 그대가 그대 자신을 사랑한다면, 그대는 모든 사람을 그대 자신을 사랑하듯 사랑할 것이다. 그대가 그대 자신보다도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하는 한, 그대는 정녕 그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대 자신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한다면, 그대는 그들을 한 인간으로 사랑할 것이고 이 사람은 신인 동시에 인간이다. 따라서 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서 마찬가지로 다른 모든 사람도 사랑하는 위대하고 올바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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